미술학

보이는 것 너머에 [에드가 드가] 2편

jong 2025. 12. 1. 20:44

안녕하세요

오늘은 [에드가 드가] 마지막 편 입니다.

이전 글에서는 드가의 초기, 중기 그림의 화풍과 그림의 얽힌 이야기에 대해

적어드렸는데요. 오늘은 그의 후기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드가의 후기의 특징이라 하면

새로운 재료와 대담한 시각에 있습니다.

드가는 1880년대 중반 이후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섬세한 유화나 드로잉 방식에서 벗어나 더 굵고, 강렬하며, 촉각적인 표현을 추구하게 됩니다.

 

파스텔 

시력이 약해지자 드가는 파스텔을 주된 매체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강렬한 색채와 질감: 파스텔은 붓질보다 훨씬 빠르고 즉각적으로 색을 칠할 수 있으며, 종이 위에 여러 겹을 쌓아 올려 보석 같은 강렬한 색채거친 질감을 만들어냈습니다.
  • 하칭(Hatching) 기법: 짧고 교차하는 선(하칭)을 사용하여 색을 혼합하거나 깊이를 더했는데, 이는 후기 작품에 독특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2. 목욕하는 여인들 (Bathing Women)

후기 드가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목욕하는 여인들' 또는 '세탁부' 시리즈입니다.

  • 친밀하고 사적인 순간: 발레 무대와는 달리, 이 작품들은 여성들이 옷을 벗거나, 몸을 닦거나, 머리를 빗는 등 지극히 사적이고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합니다.
  • 혁신적인 구도: 드가는 대담한 클로즈업, 높은 시점, 또는 특이한 각도를 사용하여 마치 훔쳐보는 듯한 강렬하고 불안정한 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형태는 간결해지고, 색채는 더욱 표현적으로 변모합니다.

3. 조각 (Sculpture)의 재발견

시력이 거의 사라질 무렵, 드가는 형태를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조각에 몰두했습니다.

  • 왁스(Wax) 사용: 그는 주로 왁스를 사용하여 발레리나, 말, 그리고 목욕하는 여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했습니다.
  • 생전의 유일한 공개 조각: 그가 생전에 유일하게 전시했던 작품은 **<14세의 어린 발레리나>**인데, 이 작품은 실제 옷과 머리카락을 사용하여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사실주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나머지 150여 점의 조각은 사후에 발견되어 청동으로 주조되었습니다.)

 


 

<목욕 후 몸을 닦는 여인> (Woman Drying Herself After the Bath)

  • 제작 연도: c. 1890-1895년경
  • 매체: 파스텔
  • 이야기: 이 작품에서 드가는 인물의 세부 묘사보다는 순간적인 움직임색채의 향연에 집중합니다. 캔버스 전체를 가득 채운 여성의 몸짓은 대담하고 역동적이며, 주변의 배경색과 인물을 감싸는 빛은 파스텔 특유의 거칠고 강렬한 터치로 표현되어 거의 추상적인 단계에 이릅니다. 사물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인상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을 보여줍니다.

특징:

  • 강렬한 클로즈업과 구도: 인물의 상체를 거의 화면 가득 채우는 과감한 클로즈업이 돋보입니다. 관찰자(관람객)에게 등을 보인 채 몸을 움직이는 여인의 모습은 친밀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 색채의 표현력: 피부색은 부드러운 갈색 톤으로 처리되었지만, 배경이나 주변의 천(타월 또는 침구)의 파란색, 보라색, 주황색 등의 색채는 거칠고 대담한 터치로 표현되어 감각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빛과 그림자를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색채 자체의 감정적인 힘을 보여주려는 드가의 후기 경향을 나타냅니다.
  • 움직임의 순간 포착: 드가는 멈춰있는 포즈가 아니라, 몸을 닦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린 순간적인 역동적인 움직임을 포착하여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작품에 얽힌 이야기

드가는 인상주의 화가였지만, 특히 후기로 갈수록 풍경이 아닌 인간의 내밀한 일상에 집중했습니다. 그가 목욕하는 여인들을 그릴 때 가졌던 관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드가는 "마치 열쇠 구멍으로 엿보는 것처럼" 인물들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처럼, 드가의 후기 '목욕하는 여인' 연작들은 인물들이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지극히 사적인 순간을 보여줍니다. 이는 당시의 여성 누드화가 흔히 관람자를 유혹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던 것과 달리, 순수하게 형태와 움직임을 탐구하려는 드가의 집착을 반영합니다.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끊임없이 파스텔로 형태를 덧칠하고, 문지르고, 쌓아 올리며 **질감(텍스처)**과 색채의 울림을 만들어냈던 드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작품입니다.

 


 

<푸른 옷을 입은 발레리나들> (Blue Dancers)

  • 제작 연도: c. 1897년경
  • 매체: 파스텔
  • 이야기: 후기 발레리나 작품의 정점 중 하나입니다. 드가는 더 이상 무대 전체나 군무를 그리지 않습니다. 이 작품처럼 무대 뒤나 휴식 중인 순간, 또는 한 부분만을 클로즈업하여 색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폭발시킵니다. 푸른색, 녹색, 보라색의 강렬한 파스텔 선들이 겹쳐지며, 발레리나의 튀튀(치마)와 배경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반짝입니다. 이는 시력이 약해진 드가가 사물을 색과 형태로만 인식하게 되면서 나타난 강렬한 표현주의적 특성입니다.

특징:

  • 파스텔의 극한 활용: 이 작품은 드가가 파스텔을 얼마나 능숙하고 혁신적으로 사용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굵고 짧은 선들(하칭 기법)을 겹겹이 쌓아 올려 색채의 진동표면의 거친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발레리나들의 푸른 튀튀(치마) 부분은 단순히 천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춤의 에너지와 움직임으로 생겨난 빛의 파장처럼 느껴집니다.
  • 클로즈업된 그룹: 드가는 이 시기에 무대 전체의 웅장함보다는, 리허설이나 휴식 중인 무대 뒤의 친밀한 순간 또는 발레리나들의 클로즈업된 그룹에 집중했습니다. 화면 오른쪽의 어둡고 커다란 기둥 같은 요소는 관람자의 시야를 가로막으며, 우리가 이 장면을 몰래 엿보는 듯한 느낌을 강화합니다.
  • 색채의 자율성: 인물의 형태는 이전 시기의 드로잉만큼 세밀하지 않고 다소 간략해지지만, 그 대신 색채가 해방되어 거의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변 배경의 붉은색, 주황색, 초록색, 푸른색 등이 어우러져 강렬한 색의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작품에 얽힌 이야기

시력이 크게 저하되었던 후기 드가에게, 발레리나들은 '빛과 색채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대상의 완벽한 재현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순간적인 시각적 인상을 기록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드가가 점점 추상적인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말년 작품은 다음 세대인 야수파(Fauvism)나 표현주의(Expressionism)가 추구했던 색채를 통한 감정 표현의 가능성을 미리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드가는 말년에 그림을 그릴 때 종종 램프를 켜두고 그 밝은 빛에 의지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의 강렬한 색감은 그가 남은 시력을 총동원하여 본 마지막 색채의 황홀경을 담아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점차 시력이 저하되며 나빠지는 걸 알면서도 그림을 그리면서 드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사실 이러한 질문을 그에게 말해도 그림 그리는것을 멈추지 않았으리라 확신합니다.

무언가를 포기하면서까지 하나를 얻기 위해 영혼까지 소멸하는 노력으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이 참으로 좋습니다.

그들이 그림을 남겨주지 않았더라면, 현대까지 이런 삶과 풍경이 존재하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것입니다.

모르고 살아도 생애는 지장이 없지만, 그 흔적을 지금의 우리들이 보고 알아봐준다면. 우리가 그림을 보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그들도 평온하게 저희의 곁을 머물다 가겠죠. 이것이 예술이 주는 치유같습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 모두 하루의 시작인지 끝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감사드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하루하루에도 스쳐가는 여유를 지니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